노인학대 치솟는데…보호기관 수는 제자리
"인력 확충·예방체계 강화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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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2026-06-09 09:08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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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철기자= 고령화로 노인 학대 신고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피해 노인을 보호하는 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학대가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7일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만 68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만 1918건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2만 건을 넘어섰다. 올해도 3월까지 5792건이 접수돼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최근 5년간 37곳에서 39곳으로 단 2곳 확대되는 데 그쳤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전용 쉼터 역시 같은 기간 19곳에서 20곳으로 1곳 늘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경찰과 별도로 24시간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판정하는 곳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모니터링과 예방 교육도 담당한다.
학대 피해 노인을 지원하는 핵심 기관이지만 시설 공급은 폭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전국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1년간 접수된 신고 건수는 2만 2746건으로 기관당 400건에서 많게는 1200건에 달하는 신고를 처리했다.
문제는 기관 자체가 부족한 데다 인력도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곳도 직원 수가 10명에 불과하다.
경남서부권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은 8명이 9개 시군, 노인 22만여 명을 담당하고 있다.
김현 경남서부권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관할 지역이 넓어 학대 판정을 위해 현장에 다녀오는 데 왕복 4시간이 걸린다”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지만 여건상 최선을 다하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인력난이 업무 과중을 낳고 또다시 인력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 기관장은 “당직 근무를 해도 대체 휴가조차 사용하기 어렵다”며 “입사 3년 이하 직원들은 심리적 소진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이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은 학대 사각지대를 넓히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학대 사례 한 건당 25회 정도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일이 몰릴 때는 신고를 학대가 아닌 쪽으로 섣불리 종결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학대 신고 가운데 95.3%(1만 9711건)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거된 가해자 4162명 중 96.9%(4032명)는 친족이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신속히 분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관이 필수인 셈이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있어 학대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노인 학대 관련 정책이 요양원 등 시설에 대한 제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보호 기관 확충과 더불어 고립 노인을 적극 발굴하고 신고 창구를 확대하는 등 학대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 학대처럼 지방자치단체에 노인 학대 전담 공무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위험이 높은 고립 노인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보호 기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복지센터 등과 협력해 방문 상담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며 “노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학대 피해를 줄일 근본적인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