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맥베스, 욕망의 소리를 듣다…'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소리 중심으로 새롭게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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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2026-09-10 06:5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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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기자= 왕좌를 탐하는 맥베스 곁에 그를 지켜보는 또 한 명의 맥베스가 있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때로 건반을 두드리고 때로는 목소리를 내며 욕망과 불안에 휩싸인 내면을 드러낸다.
8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개막한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The sound of Macbeth)'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소리를 중심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이번 가을 선보이는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로, 김아라 연출이 맥베스의 감정을 '인간들의 헛소리'로 규정하고 이를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풀어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된 맥베스가 왕좌를 탐하고, 살인을 저지르며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권력을 쫒는 인간의 비극을 담은 작품은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재현을 넘어 배우의 목소리와 음악, 움직임 등을 활용해 익숙한 비극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김아라 연출은 익숙한 원작에서 맥베스를 둘로 나눠 그의 내면을 무대 위에 꺼내놓는다. 정동환이 현실의 맥베스를, 송용진이 그를 지켜보는 자아로 나선다.
정동환의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흔들려 왕좌를 향해 질주하며 비극의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런 맥베스를 지켜보는 송용진은 대사와 함께 감정에 따라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거칠게 두드리며 그의 심리 변화를 소리로도 전달한다.
반복되는 마녀들의 음성과 휘파람, 하품 등의 소리가 뒤섞이고 배우들의 대사는 겹치고 되풀이된다.
무대 구성도 돋보인다.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 구조를 십분 활용해 기존 객석을 모두 걷어내고 4면에 계단식 객석을 설치해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었다.
맥베스를 맡은 정동환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극 후반 "파멸도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외치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과 몸에는 공포가 짙게 배어 있다. 애써 두려움을 감추려 할수록 몰락을 앞둔 맥베스의 불안은 더욱 선명하게 전해진다.
다만 원작의 '여덟 왕의 행렬'을 현대사 독재자들로 바꿔 보여주는 장면은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배우들의 연기와 소리를 중심으로 이어지던 무대에 갑자기 스크린이 내려오고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얼굴이 연이어 등장한다.

lse72040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