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더 무섭다…이하느리가 뒤튼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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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2026-08-18 07:1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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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기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낯선 감각의 음악극으로 뒤틀었다.
약 100분간 이어진 공연은 익숙한 동화를 해체한 뒤 음악과 움직임, 영상과 텍스트를 다시 조립하며 관객에게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공연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됐다. 세 아기돼지는 공연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객석에 들어선 뒤에도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은 채 관객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을 향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하느리는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늑대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대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믿음을 통해 공포를 대상화한 늑대의 존재를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에서도 늑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전자음악과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 타악기가 의도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인물들의 행위예술을 연상시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됐다.
무대는 실내악 앙상블처럼 구성됐고 연주자 사이를 아기돼지들이 누볐다. 세 돼지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동일한 의상을 입어 겉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각각의 행동에는 뚜렷한 특징이 부여됐다.
첫째는 비닐을 반복해서 비비며 큰 움직임을 만들어냈고, 둘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냈다. 두 인물이 틱장애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 데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동화의 결말 역시 낯설다. 여러 판본 가운데 이 작품은 늑대에게 잡아먹힌 첫째와 둘째를 셋째 돼지가 늑대를 잡아먹는 설정이다.
그리고 셋째는 늑대의 뱃속에서 두 형의 장애를 답습하며 인물 내부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이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해설도 거의 없다. 이야기는 음악과 안무, 조명과 영상 등 시청각 요소를 통해 전개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몫은 관객에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늑대뿐 아니라 늑대에게 무너지는 집 역시 실체가 없다. 대신 무대 천장에는 'ㅅ'자 형태의 조형물이 매달려 지붕을 암시한다.
익숙한 동화의 요소를 직접 보여주는 대신 최소한으로 표현하고, 관객이 더더욱 감각에 더 치중하도록 했다.
작품은 결국 익숙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관객의 전제를 무너뜨리고, 음악과 움직임, 소리와 이미지 자체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하느리는 동화의 서사를 해석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lse72040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