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얘기에 웃음 터졌다…美 홀린 연극 '벚꽃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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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기자= 뉴욕으로 떠났어요. 아주 놀라운 도시더라고요. 알코올 중독자로 살기 딱 좋은 도시였어요."
극 중 송도영(전도연 분)이 과거를 회상하며 던진 대사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서울에서 출발한 연극 '벚꽃동산'이 마침내 대사 속 그 도시, 뉴욕에 도착했다.
벚꽃동산'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웨이드 톰슨 드릴 홀에서 막을 올렸다.
2024년 서울에서 초연한 뒤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 올해 호주 애들레이드를 거쳐온 해외 투어의 피날레 무대다.
이번 공연은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2026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이뤄졌다. 26일까지 총 11회 진행된다.
작품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동명 희곡을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한국을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몰락한 러시아 귀족 가문 이야기를 오늘날 한국 사회로 옮겨 가족과 상실, 계층과 세대, 거대한 변화 앞에 놓인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다.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를 비롯해 손상규, 최희서 등 10명이 출연한다.
연극은 비언어적 공연 예술에 비해 언어와 문화적 배경의 제약이 큰 장르다. 이 때문에 뉴욕 무대를 앞두고 공연을 제작한 LG아트센터 관계자들도 현지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 뉴욕 공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1200여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11회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이날 공연에는 현지 기자 15여명이 취재에 나섰다. 객석에는 한국인 관객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객이었다.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관객이 고루 자리했다.
뉴욕 공연에서는 공간에 맞춰 무대에도 변화를 줬다. 작품은 서울 초연 이후 이어진 해외 투어에서도 같은 무대를 사용해왔지만,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웨이드 톰슨 드릴 홀에서는 '유리집' 뒤에 세워졌던 하얀 벽을 없앴다. 덕분에 드릴 홀의 거대하고 어두운 공간 자체가 무대 배경이 됐다.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에 집중했고, 유머러스한 대사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인 송도영은 뉴욕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인물로 설정됐다. 자연스레 뉴욕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된다.
관객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도시의 이름이 낯선 무대 위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반응했다. 특히 뉴욕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거나 뉴욕을 소재로 농담하는 장면에서는 더 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맨해튼에 널려 있는 입으로만 스타트업하는 그런 놈일 뿐이야", "니가 말한 그 브루클린의 로프트에서 말이야…하이라인에 산책도 가고, 휘트니에서 하는 전시회도 보고" 같은 대사가 등장할 때면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공연은 한국어로 진행돼 관객들은 무대 양옆의 영어 자막을 따라가야 했다. 자막과 배우들의 연기를 동시에 보기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작품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객 클로이는 "자막 자체는 명확했다. 다만 자막과 배우를 동시에 시야에 담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면서도 "자막이 여러 곳에 있어 시선을 옮겨가며 볼 수 있다는 점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모니크는 "자막을 먼저 읽다 보니 실제로 배우가 농담하기 전에 먼저 웃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 너무 빨리 봤네' 싶었다"고 전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재해석에는 호평을 보냈다.
니시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원작을 한국으로 옮긴 방식이 정말 흥미로웠다.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문화적 전환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도연의 연기를 두고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인상적이었다"는 평도 전했다.
카린은 "뉴욕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정확했다. 들으면서 '뉴욕에 대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오래된 희곡이지만 이번 각색은 현대적인 생각과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것 같다. 시대가 달라져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여전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상을 덧붙였다.
2시간 30분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배우들을 향해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뉴욕에서의 첫 공연은 기립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lse720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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