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제일 싫어"…쪽방촌은 '외로움 확인의 시간'
"쪽방촌 주민 10명 중 6명은 "연락하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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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2026-09-22 07:14본문

김주식기자= 추석이 다가오면서 마을 곳곳이 명절 준비로 들썩였다. 동네 세탁소에는 한복이 걸려있고, 마트에는 추석 선물세트가 수북하게 준비됐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명절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곳들도 존재한다. 쪽방촌 거주민에게 명절은 외로움을 확인하는 시간일 뿐이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다. 작은 골목에 큰 마트나 편의점 대신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추석 선물세트는커녕 가게를 방문하는 행인조차 드문 영세한 곳이었다.
이곳 골목에는 쪽방상담소에 붙은 '명절 음식 만들기 참여자 모집' 안내문만이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반면 불과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도심으로 잠깐 걷다보니 길가에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손님들로 붐비는 어느 마트에는 고기, 과일, 통조림 등 갖가지 물건을 담은 추석 선물세트가 쌓여있었다.
이날 쪽방촌에서 만난 이들은 1년 중 명절이 가장 괴로운 때라고 이야기했다. 가족들과의 단절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도 옛날 일이라며 가족들에게 폐가 될까봐 연락조차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쪽방촌에 5년 거주했다는 김모(60·남)씨는 "2남 3녀 중 둘째다. 큰형은 영월에 있고 여동생은 마산에 사는 것으로 안다"며 "혼자 어렵게 살면서 가족들한테 굳이 연락해서 부담 주긴 싫다. 안 가고 안 보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체념한 얼굴로 "가끔 한번씩 가족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하도 오래되다 보니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
그냥 여기 동네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랑 술 한잔씩 기울이면서 명절을 보낸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모(64)씨도 "(명절에) 가족 생각이 난다. 왜 안 나겠느냐"며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잘 안된다. 다 사연이 있다. 포기하고 그냥 사는 것"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들도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지낸 지 오래 시간이 흘러 명절이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휴일이라고 이야기했다.
3년 전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었다는 정모(55·여)씨는 "어렸을 적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남동생 두 명과도 20대 무렵 헤어졌다"며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뒤로 혼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젠 가슴 아플 것도 없다"면서도 "명절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엔 다같이 한번 모였으면 좋겠지만…"라며 말을 흐렸다.
이처럼 쪽방촌 주민들을 외롭게 만든 배경에는 물리적 고립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단절이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쪽방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서 '가족·친지와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0.6%에 달했다.
이어 1~2명 32.2%, 3~5명 4.7% 순이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그 비율이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2024년 기준 서울 5개(영등포, 서울역, 돈의동, 남대문, 창신동) 쪽방촌에 227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3577명, 2021년 2755명 대비 감소한 규모다고 밝혔다.

sik081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