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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혹시 나도?” 경찰 못 믿는 2030 여성들 불안감 커져
"불신이 불지핀 강력범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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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2026-09-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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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한모(23)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는데, 최근엔 약속이 있어도 밤 9시 전에는 귀가하려고 한다. 더 늦으면 집 앞까지 함께 올 친구를 찾는다. 

최근엔 주변 성범죄자 위치를 알려주는 ‘성범죄자 알림e’ 앱도 깔았다. 한씨는 “뉴스에나 나오던 범죄가 나한테도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커졌다”며 “용인에 사는 부모님도 자주 ‘어디냐’ ‘집에 들어갔냐’고 전화하시고, 친구들도 범죄 피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고 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납치·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장윤기 살인 사건’부터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까지 경찰이 부실하게 처리한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점차 확산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여성들 사이에서는 최근 “내 몸은 내가 지키자”는 대응 전략까지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위급 상황에 대비한 신고법이나 납치·미행 대처법 등 ‘생존 수칙’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 11일 엑스(옛 트위터)에 한 여성 이용자가 ‘위급 상황 시 꼭 알아둬야 할 대처법 8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이틀 만에 1000회 가까이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 나오는 대처법 중 하나는 ‘똑똑112 신고법’이다. 말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112에 전화를 건 뒤 말없이 아무 숫자나 두 번 누르면, 경찰이 링크 하나를 보내준다. 

피해자가 링크에 접속하는 순간, 경찰이 현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게 자동으로 카메라가 켜지고 위치를 경찰에 전송한다. 

게시물에는 정상적으로 운행 중인 택시를 구별하는 방법도 담겼다. 탑승 전 번호판에 ‘아·바·사·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택시·버스 등 사업용 차량에는 이 네 글자가 사용되기 때문에 번호판에 ‘아·바·사·자’가 없으면, 범죄에 이용되거나 대포차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한 여성이 SNS에 올린 ‘납치 상황을 가정한 대처법’이라는 글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다른 장소로 끌려가지 않도록 끝까지 저항하라” “가해자의 머리카락이나 피부 조각 등 흔적을 최대한 남겨라” 같은 납치 대처법이 소개돼 있는데 1주일도 안 돼 조회 수가 80만회를 넘었다.

20·30대 여성들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여성 대상 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살인·강도·강간 등 전체 범죄 피해자 중 여성은 2021년 40만6593명에서 2024년 47만3580명으로 3년 새 16.5% 늘었다. 

살인 사건 피해 여성도 늘었다. 살인 사건 피해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21년 40.9%(269명)에서 2024년 43.5%(336명)가 됐다.

최근엔 여성 대상 범죄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퍼졌다. 지난달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4명이 사흘 사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자, SNS에는 실종자 위치를 지도에 표시한 이른바 ‘제주 실종 지도’가 공유되고 있다. 이 지도를 두고 “장기 밀매 조직이 있다” “중국인 범죄 조직이 개입했다” 등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댓글이 달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영상도 ‘신종 납치 수법’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8일 SNS에는 한 노인이 차량 운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할머니를 유인책으로 삼아 뒤에서 일당이 덮쳐 납치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군가 쓰러졌다고 도움을 청해도 곧장 다가가지 말라”는 게시물도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강력 범죄와 범행 수법이 유튜브·블로그·SNS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측까지 더해져 괴담이 확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가 수사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까지 맞물리며 여성들의 불안이 증폭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0월 이후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경찰이 여성 대상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2030대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키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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